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놓치기 쉬운 치매의 전조 초기 징후 5가지(후각,언어,행동,운동,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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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초기 증상 중 기억력 저하는 사실 마지막 신호에 가깝습니다. 후각 둔화, 의욕 상실, 걸음걸이 변화처럼 우리가 '그냥 나이 탓'으로 넘기는 것들이 훨씬 먼저 신호를 보냅니다. 우리가 이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혹시 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솔직히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기억력보다 먼저 오는 신호 — 후각과 무관심

 

아침에 내리는 커피 향이 예전만 못하다고 느낀 적 있으신가요. 한 동안 원두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뇌 변화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후각 피질(olfactory cortex)이라는 부위가 있습니다. 여기서 후각 피질이란, 코에서 들어온 냄새 신호를 최종적으로 해석하는 뇌 영역으로,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문제는 알츠하이머를 포함한 대표적인 치매 유형에서 이 부위가 가장 먼저 손상된다는 점입니다. 냄새를 맡는 것 자체보다, 그 냄새가 무엇인지 '식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핵심 신호입니다. 페퍼민트인지 계피인지 구분하지 못하기 시작한다면 주의가 필요합니다. 심지어는 자신의 몸에서 나는 땀 냄새나 악취도 포함됩니다. 

두 번째로 간과하기 쉬운 신호는 무관심(apathy)입니다. 여기서 무관심이란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예전에 즐기던 활동 자체에 흥미가 꺼져버린 상태를 의미합니다. 매주 챙기던 축구 경기, 아끼던 정원, 손주들과의 통화가 하나 하나 끊기기 시작하는 거죠. 이 증상은 본인이 가장 늦게 알아 차립니다. 우울증은 스스로 고통을 느끼지만, 무관심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경도 행동 장애(MBI, Mild Behavioral Impairment)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쉽게 말해 노년기 새로 나타난 행동·성격 변화가 치매 전조 단계일 수 있음을 나타내는 임상 진단 범주입니다. 우울증 병력이 없는 사람에게서 새로 무관심이 나타났다면 이 범주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향후 치매 발병 위험이 높아진 신호로 봅니다.

젊은 시절부터 모든 일에 흥미를 잃고 할 일을 뒤로 미루는 습관이 반복된다면, 이것이 단순한 성격이 아닐 수 있습니다. 제가 솔직히 이 대목에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요약: 후각 식별 능력 저하와 새로 나타난 무관심은 기억력 저하보다 수년 앞서 나타나는 치매 초기 신호다.

 

 

말이 느려지고 단어가 막히고 행동이 느려진다면

 

말하다가 단어가 턱 막히는 경험,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그거 있잖아, 나사 돌릴 때 쓰는 거'라고 돌려 말하고 넘어가는 거요. 누구나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연구진이 주목하게 된 건 그 빈도와 패턴이었습니다.

가끔 단어를 잊는 것과, 선풍기를 매번 '땀 식히는 기계'라고 부르게 되는 것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후자는 단어를 찾으려는 노력 자체가 사라지고, 자기만의 대체어로 굳어지는 상태입니다. 더 중요한 건 본인이 그 사실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실제 임상에서 쓰이는 간단한 테스트가 있습니다. 60초 동안 동물 이름을 최대한 많이 말하는 것입니다. 60세 이상 기준으로 보통 15~20개를 말합니다. 12개 이상이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7~8개 이후 막히거나 같은 동물을 반복한다면 전문의 상담을 권장합니다. 이 검사는 언어 유창성(verbal fluency), 즉 뇌가 단어를 검색하고 범주화하는 속도를 측정하는 도구입니다.

행동 측면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말과 행동이 나무 늘보처럼 굼뜨고 느릿느릿한 사람, 옆에서 보면 답답할 정도인 유형이 있습니다. 말이 좋아서 '여유'지, 뇌의 처리 속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본인이 느리다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단어 문제는 판단이 까다롭습니다. 중요한 기준은 세 가지입니다.

  • 이것이 새로 나타난 변화인가
  • 점점 심해지고 있는가
  • 주변 사람이 먼저 눈치채기 시작했는가

이 세 가지 중 두 가지 이상에 해당한다면, 단순한 노화로 넘기기엔 이릅니다.

요약: 가끔 단어가 막히는 것은 정상이지만, 대체어로 굳어지고 주변이 먼저 알아챈다면 언어 유창성 저하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걸음걸이가 달라졌다는 것의 의미

 

발자국 소리만 듣고도 누구인지 알아차린 경험 있으시죠. 그게 바로 신경학자들이 '운동 서명(motor signature)'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걷는 방식은 사람마다 고유한 뇌의 지문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뇌의 연결 회로가 손상되기 시작하면, 이 지문이 바뀝니다.

이 개념을 접하고 나서 길을 걸을 때 자연스럽게 주변 어르신들의 걸음걸이를 보게 되면 알 수 있습니다. 통증 없이 그냥 조심조심 느려진 걸음, 예전보다 발을 질질 끄는 습관, 이런 변화들이 단순한 관절 문제가 아닐 수 있다는 걸 이제는 압니다.

임상에서 쓰이는 테스트 중에 이중 과제 간섭(dual task interference) 검사가 있습니다. 여기서 이중 과제 간섭이란, 걷기와 인지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때 둘 중 하나가 급격히 저하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걸으면서 100에서 7씩 빼는 계산을 해보는 거죠. 건강한 뇌는 두 과제를 동시에 처리합니다. 하지만 뇌의 인지 예비능(cognitive reserve), 즉 뇌가 여분으로 갖고 있는 처리 능력이 줄어들면 걷다가 멈추거나, 계산을 시작하면 발이 느려집니다. 이 현상은 치매 진단 10~15년 전부터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는 생활 방식 자체가 이 인지 예비능을 갉아먹습니다. 차보다 도보, 에스컬레이터보다 계단, 1시간 앉아 있으면 10분 걷기. 제가 직접 실천해 보니 처음엔 귀찮았지만, 이게 그냥 건강 습관이 아니라 뇌를 지키는 행위라고 생각하니 마음가짐이 달라졌습니다.

요약: 걸음걸이 변화와 이중 과제 간섭 현상은 치매 진단 10년 전부터 나타날 수 있는 신호로, 꾸준한 신체 활동이 인지 예비능을 지키는 핵심이다.

 

 

운동화 한 켤레가 최고의 치매약인 이유

 

렘수면 행동 장애(RBD, REM Sleep Behavior Disorder)라는 것이 있습니다. 여기서 RBD란, 잠드는 동안 몸이 마비되어야 할 렘수면 단계에서 오히려 실제로 몸을 움직이는 수면 장애를 말합니다. 꿈에서 누군가와 싸우면 진짜로 주먹을 휘두르고, 침대에서 떨어지기도 합니다. 정작 본인은 아침에 일어나서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합니다. 배우자만 알고 있죠.

이게 단순한 수면 문제가 아닌 이유가 있습니다. RBD는 루이소체 치매(Lewy body dementia)의 가장 강력한 초기 지표 중 하나로, 인지 기능 저하가 본격화되기 수년, 심지어 10년 이상 전에 나타날 수 있습니다. 배우자가 '당신 자면서 소리 질렀어'라고 한다면 웃어넘기지 말고 반드시 전문의에게 알려야 합니다.

이제 본질적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후각, 무관심, 언어, 걸음걸이, 수면. 이 다섯 가지 신호를 살펴봤는데, 이 모든 위험을 줄이는 가장 강력하고 가장 저렴한 방법은 결국 하나로 수렴합니다. 움직이는 것입니다.

인간은 동물입니다. '동물(動物)'의 동(動)은 움직일 동입니다. 식물처럼 뿌리 박고 사는 존재가 아닙니다. 그런데 현대인의 생활은 점점 식물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성격이 괴팍하고 외고집으로 타협을 모르는 사람, 탐닉적인 생활 방식에 빠진 사람, 모든 것에 귀찮음을 느끼는 사람들이 치매에 취약한 경향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솔직히 이런 요인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의 해악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하루 30분 걷기를 꾸준히 실천한 뒤 머릿속이 맑아지는 느낌은 어떤 영양제와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젊은이는 뛰세요. 그리고 나이든 사람은 걸을세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고 가격이 저렴한 치매 예방약은 운동화 한 켤레입니다. 지금 당장 신고 나가는 것, 그것이 시작입니다.

요약: 렘수면 행동 장애는 루이소체 치매의 강력한 초기 신호이며, 결국 모든 치매 위험 요소를 아우르는 가장 효과적인 대응은 꾸준한 신체 활동이다.

 

자주 묻는 질문

Q. 냄새를 잘 못 맡으면 치매인가요?

A. 후각 저하 자체가 치매를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노화나 코로나19 후유증으로도 충분히 나타날 수 있습니다. 다만 냄새 식별 능력이 뚜렷하게 떨어지고, 그 변화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주치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나의 신호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다른 증상과 함께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치매 초기 증상 자가 테스트로 확인할 수 있나요?

A. 완전한 진단은 전문의만 할 수 있지만, 간단한 자가 확인은 가능합니다. 60초 동안 동물 이름을 몇 개나 말할 수 있는지(언어 유창성 테스트), 걸으면서 간단한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는지(이중 과제 간섭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임상에서 실제로 쓰이는 방식입니다. 결과가 걱정된다면 전문의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맞습니다.

 

Q. 운동이 정말 치매 예방에 효과가 있나요?

A. 네, 신체 활동은 현재까지 연구된 치매 예방 수단 중 가장 근거가 강한 편에 속합니다.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이 해마 부피를 유지하고 인지 예비능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는 연구들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특별한 운동이 아니어도 됩니다. 매일 걷는 것, 계단을 이용하는 것, 앉아있는 시간을 줄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됩니다.

 

Q. 렘수면 행동 장애는 어떻게 진단받나요?

A. 수면다원검사(polysomnography)를 통해 정식 진단이 이루어집니다. 배우자나 가족이 자는 동안 소리 지르거나 주먹을 휘두르는 등의 행동을 목격했다면, 수면클리닉 또는 신경과 전문의에게 해당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단계입니다.

 

결론

치매는 기억이 사라지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통념이 있습니다. 후각 식별 능력, 의욕, 언어 유창성, 걸음걸이 패턴, 수면 중 행동 — 이것들이 기억보다 훨씬 먼저 보내는 신호입니다. 이 중 하나만 단독으로 나타난다면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두 가지 이상이 새로 나타났고, 점점 심해지고, 주변 사람이 먼저 알아채기 시작했다면 빠르게 전문의를 찾는 것이 맞습니다.

조기 발견은 나쁜 소식을 확인하러 가는 것이 아닙니다. 선택지와 시간을 확보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예방은 운동화를 신고 밖으로 나가는 것입니다. 거창한 헬스장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제가 경험상 단언할 수 있는 건, 움직이기 시작한 날부터 뭔가가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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