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잘 나가는 종목에 투자하면 가장 많이 벌 수 있을까요? 제가 직접 겪어보니 꼭 그렇지 않았습니다. 2024년 7월, 코스피는 역대급 변동성을 기록했고 많은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습니다. 그런데 정작 손해를 키운 건 종목 선택이 아니라 레버리지와 군중 심리였습니다. 저는 이번 폭락 장세에서 오히려 하반기 기회를 봤습니다.
7월 변동성, 왜 이번엔 달랐나
주식을 하다보면 우리는 위기를 여러 번 맞았습니다. 2011년 유럽 재정위기 때도 그랬고, 코로나 폭락 때도 그랬습니다. 코로나 당시를 돌이켜보면 솔직히 무섭긴 했지만 버틸 수 있었습니다. 전 세계 경제가 셧다운됐어도 역병이 잡히면 기업 이익이 다시 살아날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2026년 7월은 달랐습니다. 기업들의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었습니다. 경기 침체 신호도 없었고, 뚜렷한 외부 충격도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시장은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의 낙폭을 보였습니다. 우리 경험상 이전 폭락들과 근본적으로 다른 구조였습니다.
핵심은 레버리지 ETF의 확산이었습니다. 레버리지 ETF란 지수 상승률의 2~4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금융 상품으로, 오를 때는 빠르게 오르지만 떨어질 때는 그 이상으로 빠르게 무너집니다. 과거에는 신용 거래 자체를 아는 사람도 드물었고 증권사와 별도 협의가 필요했습니다. 지금은 교육 이수만으로 누구나 클릭 몇 번에 4배 레버리지를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참, 망하기 쉽습니다.
여기에 전 세계 대형 헤지펀드들까지 막대한 레버리지를 동원하면서 수급 쏠림이 극단화됐고,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폭락이 신용 청산을 연쇄적으로 터뜨렸습니다. 실적이 탄탄한 원전·조선 기업들까지 동반 폭락한 건 바로 이 때문이었습니다.
- 2011년 유럽 재정위기, 코로나 폭락: 실물 경제 충격이 원인
- 2024년 7월 폭락: 레버리지 ETF 확산과 수급 쏠림이 원인
- 공통점: 내재가치와 무관한 과도한 낙폭이 결국 회복됨
가치투자의 진짜 의미, 개와 주인
박두환 투자교실에서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만,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개와 주인' 비유를 처음 접했을 때 주인은 기업의 내재가치(Intrinsic Value)이고, 개는 주가입니다. 여기서 내재가치란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이익의 총합을 현재 가치로 환산한 것으로, 주가가 장기적으로 수렴해야 할 목적지입니다.
과거에는 개가 주인 주변 5m 반경을 왔다 갔다 했다면, 지금은 레버리지가 만연한 시장에서 30m씩 앞뒤로 뛰어다닙니다. 목줄이 끊어진 것처럼 보이죠. 그런데 이번 폭락을 지켜보면서 느낀 건, 목줄은 끊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변동폭만 커졌을 뿐 결국 주가는 주인에게 수렴합니다.
문제는 많은 사람들이 개의 움직임, 즉 주가 차트만 보다가 주인이 어디 있는지를 놓친다는 점입니다. 우리도 코로나 때 잠깐 그 함정에 빠진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느낀 건, 공포는 시야를 좁힌다는 것입니다. PER(주가수익비율), 즉 현재 주가가 연간 순이익의 몇 배에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안 보이기 시작하면 이미 투기판에 들어온 겁니다.
한국전력의 PER이 3배라는 숫자가 단적인 예입니다. 이 기업이 국내 전력 시장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저평가받아 왔다는 건 오랫동안 불합리하다고 생각해온 부분이었습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도 마찬가지입니다. 5년 전부터 코스피 1·2위 기업을 적립식으로 조금씩 사모았다면 결과는 어땠을까, 지금도 가끔 생각합니다. 늦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사실 출발점인 경우가 많습니다.
원전·조선, 하반기 기회가 보이는 이유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증시 상장을 발표하면서 원전 섹터 전반에 다시 불이 붙을 조건이 갖춰졌습니다. 미국 정부는 이미 2050년까지 원전 용량을 300GW 추가한다는 목표를 공식 발표한 상태입니다. GW(기가와트)란 원전 1기가 생산하는 전력량의 단위로, 300GW는 원전 300기를 새로 짓겠다는 뜻입니다.
웨스팅하우스는 설계·인허가 역량을 가진 회사이지만 중요한 건 직접 시공 경험이 없습니다. 그러면 실제 건설 역량을 가진 기업이 필요해집니다. 두산 에너빌리티는 웨스팅하우스가 수주하는 원전 프로젝트에 핵심 주기기를 독점 공급하는 구조입니다. 한국전력기술은 APR1400 설계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국 전력 시장은 한국의 수백 배 규모입니다.
조선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중공업이 미국 기업 M3과 계약을 체결해 해상 데이터 센터 수주를 따냈습니다. 해상 데이터 센터란 전력 공급과 냉각 효율을 위해 선박 위에 데이터 처리 시설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육상 부지 확보와 전력 인프라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육상 데이터 센터 건설이 주민 반대와 환경 규제로 한계에 부딪혔습니다.
2024년 2분기 실적에서 국내 조선사들은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반도체 수급 쏠림과 동반 폭락으로 주가는 내재가치와 무관하게 밀렸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괴리가 생겼을 때 시간은 항상 내재가치 쪽 손을 들어줬습니다.
- 원전: 미국 300GW 확충 목표 → 두산에너빌리티 주기기 독점 공급, 한국전력기술 설계기술 보유
- 조선: 삼성중공업 해상 데이터 센터 수주 → 경기민감주에서 장기 성장 사이클로 전환
- 공통점: 2분기 실적 호조에도 수급 쏠림으로 주가 과도 하락 → 내재가치 대비 갭 발생

자주 묻는 질문
Q. 레버리지 ETF가 왜 이렇게 위험한 건가요?
A. 레버리지 ETF는 지수 수익률의 2~4배를 추종하도록 설계된 상품입니다. 오를 때는 빠르지만 하락할 때는 낙폭이 배로 커지고, 변동성이 큰 장에서는 매일 리밸런싱되는 구조 탓에 장기 보유 시 원금 손실이 더 빠르게 쌓입니다. 제가 직접 겪어보니 변동성 장세에서는 특히 위험 수위가 급격히 높아집니다.
Q. 지금 원전 주식 사도 늦은 거 아닌가요?
A. 미국 정부의 2050년 300GW 원전 확충 목표는 이제 막 구체적인 실행 단계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웨스팅하우스 상장 발표가 그 신호탄이고, 실제 수주와 착공까지는 긴 시간이 남아 있습니다. 단기 등락보다 이 사이클의 초입인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Q. 내재가치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A. 가장 기본은 PER(주가수익비율)과 분기 실적 추이입니다. PER이란 현재 주가가 연간 순이익의 몇 배 수준인지 보여주는 지표로, 업종 평균과 비교해 지나치게 낮으면 저평가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여기에 매출 성장률, 수주 잔고, 현금 창출 능력을 함께 보면 주인이 어디로 걷고 있는지 대략 그려집니다.
Q. 조선주가 경기민감주에서 벗어났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요?
A. 경기민감주란 경기 사이클에 따라 실적과 주가가 크게 오르내리는 업종을 말합니다. 조선은 전통적으로 여기에 속했는데, 미 해군함 수주·MRO(선박 유지보수) 사업 확대, 해상 데이터 센터 수주가 더해지면서 경기와 무관한 장기 계약 매출이 늘고 있습니다. 이 변화가 시장에서 적용받는 PER 멀티플을 끌어올리는 재평가 근거가 됩니다.
Q. 여윳돈 없이 지금 투자해도 되나요?
A. 제가 경험한 가장 큰 손실은 예외 없이 빚을 써서 투자했을 때였습니다. 신용이나 레버리지를 쓰면 심리적으로 버티는 시간이 극도로 짧아집니다. 주인이 제 길을 가고 있다는 걸 알아도 개의 움직임에 강제 청산당하면 끝입니다. 여윳돈으로, 천천히, 분할 매수하는 것이 가장 지루하면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주식은 미래 가치에 대한 투자이지 카지노가 아닙니다. 이번 7월 폭락 장세를 보면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레버리지 없이, 여윳돈으로, 해자가 있는 기업에 천천히 투자하는 원칙 말입니다. 해자란 경쟁자가 쉽게 진입할 수 없는 구조적 방어막을 의미합니다. 두산에너빌리티의 독점 공급 구조, 한국전력기술의 설계 원천기술, 삼성중공업의 해상 구조물 건조 역량이 그 예입니다.
시간은 개미 투자자가 가진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돌다리를 두드리며 거친 강을 건너는 것이 느려 보여도 결국 건너편에 도달하는 방법입니다. 개의 움직임에 흔들리는 대신 주인이 어디로 걷고 있는지를 계속 확인하는 것이 앞으로도 지켜갈 투자 원칙입니다.
The end....